최근 2-3년간 가장 많이 몰락한 대기업 중 하나는 역시 인텔일 겁니다. 인텔 주가가 현재 24달러니까 딱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텔CEO가 갤싱어에서 립부 탄(Lip-Bu Tan)으로 변경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CEO변경이 인텔의 자생을 도모하는 것인지, 아니면 매각을 의미하는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장에 인텔 인수를 노리는 기업들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관련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목차
인텔 최근 실적과 기술개발 현황
☑️ 2024년 4분기 주요실적
가장 중요한 매출액입니다. 사실 지금 인텔은 매출액 변화가 없으면 다른 지표는 보나마나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매출 관련 몇 가지 배경과 주요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2016년-2021년까지 분기별 매출액을 보면 인텔 분기별 매출은 1분기 > 4분기로 갈수록 높아지는 패턴입니다.
- 이 패턴이 깨진 건 2022년입니다. 2022년에 분기별 매출이 지속적으로 급락했는데요. 아래와 같은 원인들이 있습니다.
- 인텔 매출의 50% 이상이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에서 나옵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PC나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CPU를 팔아서 벌고 있다는 뜻입니다.
- 2021년도에 펜데믹으로 인해 PC구매 수요가 급증했었는데요. 2022년부터 PC수요 및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인텔 매출에 큰 타격이 있었죠.
- 추가적으로 AMD에게 CPU시장 점유율을 많이 뺏겼습니다. AMD는 제품성능도 좋아졌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인텔은 기술이나 가격 어느 쪽도 AMD만큼의 개선이 없었습니다.
- 데이터센터 쪽 사업성과도 부진했습니다. 엔비디아는 AI GPU로 매출과 주가가 날아갔지만, 인텔은 AI시장을 놓쳤고 데이터센터 쪽 일반 CPU수요도 예전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이 시장에서도 AMD에게 시장 점유율도 많이 뺏겼습니다.
- 2023년에 바닥을 친 매출이 분기별로 반등했습니다만, 2024년에는 성장세가 꺽였습니다. 2024년 4분기 매출(노란색)은 143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감소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2024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매출은 왜 감소할까요? 이건 사업부문별 매출액 통계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사업부문별 매출 및 기술개발현황
그래프가 겁나 복잡하게 보이는 이유는 2022년부터 사업부문을 새롭게 구성했기 때문인데요.
- 기존에 주력사업이었던 Client Computing Group(CCG)와 Data Center Group(DCG), 그리고 네트워크 및 엣지(NEX)같은 것들을 Intel Products로 묶었습니다.
- Intel Foundry(파운드리)사업을 별도 사업부문으로 독립시켰습니다.
마지막 그래프를 보시면 Intel Products와 파운드리 사업 둘다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갤싱어CEO가 2021년에 합류하면서 그렇게 공격적인 투자와 파운드리 사업 쪽으로 신규사업을 확장했는데도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CEO가 교체되죠...)
Intel Products는 큰 기대감이 없습니다. 최근 PC판매 시장이 좋아지지도 않았고, AMD 등 경쟁기업 대비 기술력도 아직 개선되지 않아 시장점유율도 좋아질 이유가 없는 상황이죠. (한번 벌어진 기술격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갤싱어CEO가 파운드리 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습니다만, 파운드리 사업은 4년 연속 적자입니다.
- 2021년 파운드리 영업손실: 51억 달러
- 2022년 파운드리 영업손실: 52억 달러
- 2023년 파운드리 영업손실: 70억 달러
- 2024년 파운드리 영업손실: 134억 달러
여기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과 '4년내에 5노드'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전략은 갤싱어CEO가 2021년 취임하던 해에 세운 전략으로 '4년 내에 5개의 새로운 반도체 제조기술(=노드)를 개발하고 생산에 적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제가 붉은 색으로 묶어둔 5개의 제품이 5개 노드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현재 저 기술들의 개발현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Intel7: 기존 인텔의 10nm 기술을 개선한 것으로 현재 생산 중인 기술입니다.
- Intel4: 전력 소비를 줄여 노트북이나 모바일 기기에 배터리 수명을 늘이는 데 기여한 기술로, 인텔 최신 노트북용 프로세서인 Meteor Lake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 Intel3: Intel4를 더욱 개선하여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높인 기술로, 3nm급 기술에 대응합니다. 2024년부터 대량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 Intel20A: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한 혁신적인 기술로 2nm기술에 대응합니다. 2024년부터 실제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백지화하고 Intel18A공정에 집중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 Intel18A: 20A에서 도입하려면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와 PowerVia(후면 전원 공급)기술을 도입하여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크게 개선한 기술로 1.8nm기술에 대응합니다. AI PC용 Panther Lake프로세서가 이 기술공정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며, 2025년에 생산될 예정입니다. TSMC의 N2공정과 경쟁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잘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Intel7과 Intel4도 원래 계획보다 지연되어 개발되었으며, Intel18A는 현재 대량 생산일정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목표는 2025년 중입니다만 2024년 9-10월에 브로드컴과 Intel18A공정을 통한 실리콘 웨이퍼 테스트에서 대량 생산에 필요한 수준의 수율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웨이퍼는 여러분들이 반도체 뉴스만 나오면 보는 동그란 판때기입니다. 여기에서 칩을 공정해서 잘라내는데요. 얼마나 불량품없이 정상제품을 잘라낼 수 있는지가 수율입니다. 대량 생산을 하려면 웨이퍼에서 일정 수율 이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쉽게 말하면 불량률이 높다는 의미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관련해서 원래 계획이었던 2027년까지 손익분기점 도달, 2030년까지 매출총이익률 40%를 달성하려면 Intel18A 기술과 관련 제품개발이 필수입니다. 이와 대응하는 TSMC N2(2nm)공정은 2025년 말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대만 내에 3개의 2nm팹을 건설 중인데요.
현재로서는 인텔의 Intel18A기술이 2025년 말부터 대량 양산을 시작하는 건 꽤나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인텔에선 아직까지 기존 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만, 수율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2025년 내에 대량 양산을 시작하는 건 확실히 무리가 있습니다.
인텔 매각설과 CEO교체
☑️ 인텔 인수를 노리는 여러 회사들
작년부터 갑자기 인텔이 매각된다는 뉴스들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회사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퀄컴
- 2024년 9월에 처음 기사화
- 퀄컴은 무선 통신제품과 서비스 개발 및 상용화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 퀄컴 CDMA기술 기반의 무선통신용 반도체 설계 및 판매 매출이 80%, 무선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라이센스(ex: 5G, 4G 등) 사업매출이 19%를 차지
- 퀄컴이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확보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상황
- 퀄컴이 인텔을 인수할 경우, 모바일 뿐 아니라 PC용 칩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음
- 퀄컴의 현금보유액은 약 130억 달러로 인텔의 시장가치는 약 1,000억 달러 대비로 한참 모자람. 따라서 단독 인수 가능성은 매우 낮음
- 만약 퀄컴이 인텔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하더라도 반독점 규제 문제가 이슈화될 수 있음. 때문에 실제 성사 가능성은 낮으며, 성사가 되더라도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
- 브로드컴와 TSMC
- 2025년 2월에 기사화
- 브로드컴은 인텔의 칩 설계 및 마케팅, TSMC는 인텔의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를 검토하는 방안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짐
- 특히 TSMC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인수해서 파운드리 시장 입지를 더욱 강화할 의도를 보임
반대로 인텔이 보유 중인 사업을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인텔은 2025년 3월 자회사인 Altera지분을 실버 레이크(Silver Lake)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인텔은 이 회사를 2015년 160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매각은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검토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인텔에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는거죠.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최근 2년동안 파운드리 사업에만 25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것때문에 직원 수 감축을 포함한 100억 달러 비용감축 계획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인텔이 매각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얘기겠죠.
이런 와중에 2024년 9월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분사가 결정되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이 독자적으로 유연하게 투자를 받고, 인텔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Intel Products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회손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해당 시점에 주가가 8% 가량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 CEO교체
인텔은 2025년 3월 부로 립부 탄(Lip-Bu Tan)을 새로운 CEO로 임명했습니다. 갤싱어CEO가 2021년에 취임했으니 딱 4년만에 전격 교체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인텔의 투자여부는 립부 탄 CEO임명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알려진 립부 탄의 주요 이력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20년 이상 경험을 가진 베테랑
- 2009년에서 2021년까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의 CEO로 재직: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분야의 선두기업 중 하나, 재직기간동안 케이던스 주가 3,200% 상승
- 월든 카탈리스트 벤처스의 창립 매니징 파트너이자 월든 인터내셔널의 회장으로 활동 중
- 크래도 테크놀로지그룹과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이사회에서도 활동 중
립부 탄은 2022년~2024년까지 인텔 이사회 임원에서도 활동했는데, 2024년에 인텔의 회사 방향을 두고 CEO 및 다른 이사들과 논쟁 후 사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사임이유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궁금하네요.
왜냐면 립부 탄이 인텔이 물리적/전략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인텔CEO 및 이사진과 대립하면서 이사회를 사임했는데, 그 대립지점이 립부 탄을 CEO로 만든 건 아닐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향후 인텔의 회사전략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갤싱어CEO 해임으로 살펴보는 인텔 전략 변화
갤싱어CEO는 약 40년동안 인텔에서 잔뼈가 굵은 진정한 인텔맨입니다. 갤싱어CEO는 형식 상 사임이지만 실제로는 이사회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요 원인은 회사 일부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이사회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립부 탄CEO가 향후 인텔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립부 탄의 향후 방향성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AI 및 첨단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 강화: 립부 탄은 케이던스의 EDA 도구에 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고객 생산성을 크게 강화시켜 매출 성장을 견인한 바 있습니다. 인텔에서도 갤싱어CEO가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AI부문에 대해서 많은 전략적 강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파운드리 사업 활성화: 립부 탄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활성화하여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부터 립부 탕은 인텔의 IDM2.0전략을 지지하며, 인텔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경영 효율성 증대: 케이던스 운영 경험을 살려 인텔의 비효율적인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인텔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 분할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립부 탄 CEO가 갤싱어와 대립했던 지점이 회사 일부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향후 인텔에서 핵심 사업부 외에 여러가지 사업들이 매각될거라 생각하는데요. 사실 인텔은 현재 상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뼈를 깍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텔 향후 주가전망
일단 일반적으로 회사 간 인수가 있을 때, 인수 당하는 회사의 주가는 상승하고, 인수하는 회사의 주가는 하락합니다. 저는 처음에 인텔이 통채로 매각되는 상황을 예상했으나, 립부 탄 CEO 취임으로 볼 때, 인텔은 핵심 사업부를 계속 유지하는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반도체 업력이 있는 사람을 CEO로 임명할 필요가 없이, 재무쪽 인사를 CEO로 임명했으면 되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향후 인텔에 있을 일들을 예상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최소한 2025년 상반기 실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이던스도 좋지 않았고, 현재 구조적 문제가 CEO를 바꿨다고 한번에 나아질 리 없기 떄문입니다. 경기도 좋지 않구요.
- 주가는 19~20달러 수준이 지지 저항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선을 깬다면 어디까지 추락할 지 알 수 없습니다.
- 상반기동안 회사의 호재는 여러가지 사업부의 정리입니다. 핵심사업 외에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파운드리 사업이 어떻게 될지 계속 주목해야 합니다. 일단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까진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도 의사결정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도 매각하고 기존처럼 설계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CEO교체로 회사의 분할 매각 가능성도 꽤 높아졌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파운드리 사업을 분할 및 매각한다면 회사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주가가 장기적으로 반등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임을 꼭 참고하시고, 투자에 따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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