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가 1월 7일~1월 10일까지 4일 간 열립니다. 워낙 큰 기술행사라 벌써 관련주들이 들썩거리는데요. 아직은 설익은 기술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관련주나 수혜주들이 급등하는 건 경험 상 그렇게 오래 못 갑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구글도 아직 상용화하는데 10년 걸린다고 했고, 관련 기업들은 모두 적자 상태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기술은 '유리기판'입니다. 유리기판 기술은 반도체 패키징에서 혁신적인 접근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유리기판 기술의 중요성과 관련 기업들 및 주가흐름을 정리했습니다.
목차
유리기판 기술에 대해서
☑️ 우선 반도체 기판부터
유리기판이 뭔지 이해하려면 반도체 기판이 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반도체 기판은 쉽게 말해서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판대기입니다. 이 녀석의 중요한 역할 3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반도체가 필요한 자리에 정확히 배치될 수 있도록 틀을 제공합니다.
- 메인보드와 반도체가 전기적 신호를 잘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반도체가 동작할 때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합니다.
AI기술이 발전하면서 HBM과 같이 여러 개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에 올려서 성능을 올리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반도체 기판의 기능성도 점차 중요해졌습니다. 반도체 기판을 통해서 주고받아야 할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보니, 반도체 기판 만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려워 중간에 인터포저라는 녀석을 추가하게 됩니다.
우리가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공부할 것은 아니니 인터포저는 반도체 기판과 한 몸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인터포저 기술은 아래 2가지입니다.
'유기 인터포저'란 말이 어렵지만 그냥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름만 봐도 실리콘 인터포저가 더 성능이 좋은데 비해, 유기 인터포저는 제조원가가 약 10배나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고온에서 잘 휘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미세 회로를 새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즉,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실리콘 인터포저는 성능이 참 좋습니다. 뭐 미세공정도 할 수 있고 HBM같은 고급 공정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치명적인 단점은 무지 비쌉니다. 재료단가도 높지만, 공정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기술적인 비용도 크게 들어갑니다. 위 이미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전공정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만큼 만드는 기술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 유리 기판이란?
이제 유리 기판에 대해서 얘기해 봅시다. 일단 유리 기판은 반도체 기판이 유리라는 뜻입니다. 반도체 기판을 유리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아래에 주요 장점을 정리했습니다.
- 일단 원재료 가격이 쌉니다. 실리콘보다 많이 쌀 겁니다.
- 표면이 반질반질해서 유기 기판보다 10배 더 미세한 공정을 할 수 있습니다. 유리 표면이 반질반질하다는 걸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반도체가 작동하는 온도 정도에서는 녹지 않고 휘거나 변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리는 열을 잘 전달하지 않아서 칩에서 발생한 열이 반도체 등으로 옮겨가지 않고 잘 분산되도록 해 줍니다.
- 열로 인한 변형이 적어서 고성능 컴퓨팅에 유리합니다. AI GPU에 고성능 컴퓨팅을 필요로 하는 곳에 아주 적합합니다.
유리 기판이 이렇게 장점만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기판이 유리라서 발생하는 단점들도 존재하는데요.
- 열에는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충격에는 매우 취약합니다. 특히 압력이 누적될수록 파손되거나 손상되기 쉽습니다.
- 기존 PCB기판 대비 제조 비용이 높습니다. 특히 기존 기판 제조장비를 모두 유리 기판 제조장비로 바꾸고 공급망을 재구성하는데 막대한 투자비용이 발생합니다.
- 공정 과정에서 파손이 늘어나면 수율이 낮아져서 제조단가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유리기판이 주목받는 이유
☑️ '반도체 게임체인저'로 주목
드디어 CES행사 내용이 나옵니다. 유리기판은 CES 2024에서도 소개되었으며, 삼성, 인텔, SK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큰 금액을 투자하여 상용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리기판을 '반도체 게임체인저'로 부르는 주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얇게 만들 수 있다: 사람 눈에는 기존 플라스틱도 얇아보이지만 반도체 입장에서는 그 두께가 서울-부산만큼의 거리로 느껴질 수 있는데요. 기판이 두꺼울수록 데이터를 전달하는 데 전기를 많이 소모하게 되고 열이 많이 발생합니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두께를 25% 이상 얇게 만들 수 있어서 전기 소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반도체를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다: 유리기판에는 기존 플라스틱보다 훨씬 미세하게 회로를 새길 수 있어서, 기판 위에 설치되는 반도체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전기 소모량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 AI반도체에 적합하다: 위에서 언급한 2가지 특성은 점점 더 많은 반도체를 겹쳐서 만드는 AI반도체에서 꼭 필요한 능력치입니다. 유리기판은 면적이 넓어져도 덜 휘기 때문에 AI반도체에 매우 적합한 소재입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세계적인 반도체 대기업들들이 유리기판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아래에서 주요 기업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유리기판 기술 선도 기업들
☑️ 1. 인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유리기판 기술 선두그룹에 속한 기업은 '인텔'입니다. 위 이미지는 2023년 10월 인텔이 발표한 유리기판 시제품의 모습인데요. 인텔의 현재 유리기판 관련 기술현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인텔은 최근 10년 이상 유리기판을 연구, 개발해 왔습니다.
- 인텔은 에리조나에 유리기판 개발과 공급망 구축 목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 2030년 양산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패키지당 최대 1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패키지 당 최대 트랜지스터 개수는 약 1,340억 개이며 애플의 M2 Ultra칩에서 구현했습니다.)
- 최근 루머에 따르면 인텔은 2026년부터 유리기판을 양산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 2. SKC(앱솔릭스)
SKC는 미국 자회사인 앱솔릭스를 통해 반도체 유리기판을 개발하고 있으며, CES 2025에서 반도체 유리기판 실물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SKC는 글로벌 회사 중 가장 빠르게 반도체 유리기판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주요 기술현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21년 10월 SKC는 반도체 소재 자회사로 엡솔릭스(Absolics)를 정식 출범
- 앱솔릭스는 2024년 초에 조지아 주에 약 3억 달러 가치의 유리기판 제조 공장을 개장했으며, 빠르면 2025년에 세계 첫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 앱솔릭스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약 7,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SKC가 세계 최초 유리기판 상용화에 성공하면 SK하이닉스와의 협업에서도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시점에서 유리기판 자체로는 가장 앞서 가는 기업으로 보입니다. 세계 최초라서 관련 공정들을 최적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습니다만, 제대로 된다면 획기적인 매출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3. 삼성 & 삼성전기
SK하이닉스에게 SKC가 있다면, 삼성에게는 삼성전기가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CES 2024에서 유리기판 시제품을 선보인바 있습니다. 유리기판과 관련해서 삼성과 삼성전기의 현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24년 3분기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생산라인 구축
- 2026년 이후 유리기판 양산을 시작할 계획
- 자체적인 고성능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 및 사용 예정
삼성 & 삼성전기가 SKC보다 약 1년 정도 기술개발이 더딘 상태입니다. 최근 삼성이 기술력으로 계속 SK에게 밀리는 현상이 누적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저력이 있는 기업이라 얼마나 빨리 시간차를 줄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4. 그 외 기업들과 주가흐름
위에서 언급했던 국내 기업들과 일본 기업들의 유리기판 개발현황이 정리된 이미지입니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으므로 개별종목을 투자한다면 일본기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부적인 기업조사는 꼭 필요합니다.
CES 2025가 다가오면서 유리기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SKC와 삼성전기 외에 나머지 3개 기업에 대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필옵틱스: 레이저 응용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유리기판 가공 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 HB테크놀러지: LCD 및 AMOLED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유리기판 기술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 와이씨켐: 반도체 산업용 화학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유리기판과 관련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술이 발전하는 시점에 관련 장비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SKC나 삼성전기 대비로 시가총액이 작고 매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가 훨씬 큰 변동성을 보이게 됩니다.
마무리
CES 2025가 다가오면서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유리기판 관련 기술현황과 관련 기업들을 살펴봤습니다. 기술력 및 양산속도는 SKC가 가장 빠릅니다만, 삼성과 삼성전기도 속도를 내고 있어서 향후 어떤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유리기판 상용화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에서 SKC와 삼성전기의 주가변화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CES 2025 시점에는 기술 자체에 취해서 주가가 상승하지만 그만큼 빨리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아직 기술이 매출로 연결되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투자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유리기판 관련 주식에 투자한다면 SKC나 삼성전기 외에도 관련 장비 및 원자재 기업(ex: 필옵틱스, HB테크놀러지, 와이씨켐)에 대한 투자도 같이 검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고 변동성이 심할 수 있으므로 재무재표 등을 확인하여 기본적인 투자가치는 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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