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환율이 살짝 하락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2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면 대부분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데, 그만큼 지금 내수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번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져 달러환율이 치솟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요. 관련해서 어떤 데이터와 기사들을 관찰해야 하는지 개인적인 관점을 정리했습니다.
목차
최근 원/달러 환율동향
☑️ 달러환율을 움직이는 요인
이 그래프는 달러인덱스와 달러환율을 함께 표시한 것입니다. 보라색 선이 달러환율인데요. 2024년 6월 이전인 1번 영역에서는 달러인덱스 변화대비 달러환율의 변화가 더 낮았으나, 2번 영역에 접어들면서 달러인덱스보다 달러환율이 덜 빠지고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낮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 달러환율이 최소 2가지 요인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달러인덱스이고, 두번째는 원화가치에 영향을 주는 내부적인 경제요소입니다.
☑️ 달러인덱스: 트럼프 관세정책 영향으로 상승
트럼프 취임 이후 달러인덱스가 급등했는데, 이건 확실히 트럼프의 관세정책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관세를 추가 부과하려는 시기에 달러인덱스가 상승하고, 관세 부과시기가 늦춰지거나 협상의 여지가 생기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세정책이 달러인덱스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대체로 아래와 같은 요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 안전자산 수요 증가: 관세가 확대되면서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여러 국가들이 그냥 트럼프가 부과하는 관세를 아무런 반항없이 받아들이지 않을거기 때문입니다.
- 금리상승 가능성 증가: 관세는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발생시킵니다. 이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시기와 강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 관세협상과정이 달러 수요를 증가시킴: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달 수요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트럼프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리쇼어링으로 미국에 대한 외부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라고 해서 높은 관세가 인플레이션 문제를 유발한다거나, 글로벌 주요 국가들과의 분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가 예전처럼 기습적 관세부과를 하지 않고, 이렇게 예고편과 겁을 계속 주는 것은 관세를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지, 실제로 높은 관세를 부과할 마음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강도가 낮아지고 시점이 늦더라도 관세는 단계적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달러인덱스는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통상적인 무역적자를 싫어했고, 만성적인 무역흑자국들에게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는 입장이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 국내경제상황: 내수경기 악화로 GDP성장률 하락
문제는 우리경제가 달러인덱스를 이겨낼 힘이 없다는 점입니다. 2024년 분기별 GDP성장률이 낮아질수록 달러/원 환율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2번 영역에서 달러환율이 달러인덱스를 이기지 못하고 변동성이 더 커진 것은 우리 경기가 악화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IMF 등 해외에선 2025년 우리나라 GDP성장률을 1.0%까지 낮추고 있습니다. 내수경제가 죽어가고 있어서 달러환율에 문제가 생겨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나증권에서 2025년 연평균 달러환율을 1,435원 내외로 예상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상황의 영향이 큽니다.
하나증권에서는 2025년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성장율이 회복되면서 달러환율이 1,400원까지 하락할거라 전망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이것도 너무 낙관적인 전망치라는 생각입니다. 일단 단기적인 변수는 탄핵정국의 안정화되면서 경제상황에도 변화가 있길 바라는 것인데, 그 외에는 그닥 낙관적인 요소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달러환율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 기준금리
☑️ 한미 국채 금리차가 달러환율에 미치는 영향
같은 그래프처럼 보입니다만, 달러인덱스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한국 10년물 국채금리(스프레드)로 변경한 그래프입니다. 달러인덱스와 변화추이는 같습니다만, 달러인덱스보다 달러환율과 훨씬 더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장기 국채금리 차이와 달러환율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장기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너무 다양하지만, 기준금리는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 기준금리 차이는 1.5%로 장기채 금리 차이와 거의 유사한 수준입니다.
1월 FOMC 회의록과 연준 파월의장의 발언들을 보면 2025년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것 같지 않습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10곳 중 3곳에서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종료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전망도 0.25%p 2번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수경제 부진과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둔화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일단 달러환율을 일부 포기해서라도 내수경제를 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의 관세정책을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 대부분 같은 이유로 금리인하를 고려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한국은행에서도 3개월 이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 밝혔고, 일단 2월에는 금리인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후로는 달러환율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쉽지 않겠습니다만, 2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최소한 달러환율이 올라가진 않더라도 내려가긴 어려운 상황이 될거라 예상합니다.
☑️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못하는 또다른 이유: 엔캐리 트레이드
2024년 하반기부터 우리나라도 환율이 치솟았습니다만, 우리보다 더 통화약세를 겪고 있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위 이미지처럼 2022년 1월 대비 2025년 1월 통화가치가 가장 약해진 통화는 일본이 1위이며, 우리나라는 3위입니다. 일본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이유 중 하나도 통화약세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생각합니다.
최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1.43%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일본 장기채 금리가 상승한 주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강력한 경제 성장: 일본은 2024년 4분기 연율 GDP 성장률 2.8%로 시장 기대치였던 1%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5%로 역대 최고치인데, 기준금리가 높아도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확인한 일본 중앙은행이 계속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2025년 1월 일본 CPI는 3.2% 상승했는데, 2023년 6월 이후 최고치 수준입니다. 시장에서는 일본 중앙은행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2번의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비용 상승: 엔화약세로 수입비용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시장에선 일본이 엔화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엔캐리 트레이드입니다. 2024년 8월에 일본이 기준금리를 기습적으로 인상했을 때,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했는데, 이건 낮은 금리로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 혹은 채권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가 한꺼번에 청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가 좁혀질수록 엔화가치가 강해지면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본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이유가 명백하므로, 오히려 미국이 눈치를 보면서 기준금리 인하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 일본도 예전처럼 기준금리를 막 인상하지 않음
일본이 가장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1개월 전입니다. 그런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좀 이상했습니다. 예전에 일본이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했던 시기에는 시장에서 전혀 예측치 못한 타이밍에 갑자기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번에는 1-2개월 전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상당한 언론 플레이를 했습니다.
마치 엔캐리 트레이드를 미리 대비하라는 경고방송을 하는 것처럼 금리인상 가능성을 미리 알려준다는 느낌이었는데요. 만약 일본 금리인상 소식에 미국 주식시장이나 금융권에서 문제가 감지되었을 경우, 아마도 일본은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늦췄을거라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취임 이후, 2월 7일에 일본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에 워낙 많은 언론 플레이를 해서 많은 국가정상과 만난 것 같지만, 실제로 트럼프가 취임 이후 만난 국가정상은 2월 4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이후 일본이 2번째였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가자지구 휴전 협정때문에 만날 이유가 분명했습니다만, 트럼프가 갑자기 일본 총리와 2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상당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미국의 달러패권 유지와 관세정책 시행 등을 위해서 일본과 협력하려는 부분이 있었겠지요.
아무튼 개인적으론 앞으로도 일본은 기준금리 인상을 기습적으로 하지 않고 상당한 예고편이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엔캐리 청산 부작용 등 경제적 이슈를 사전에 방지하고 트럼프가 하고 싶은 경제정책들을 일본이 지원해 달라는 목적이 당연히 내포되어 있을 겁니다.
2025년 달러환율 예측
☑️ 2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1,500원은 돌파하지 않을 듯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가 너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을텐데요. 이번 금리인하로 달러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달러환율이 1,430원대로 소폭 하락하기도 했습니다만,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달러환율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세게 언급해서 달러환율을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소극적으로 가져가겠다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제일 높겠죠.
그래도 달러환율이 1,400원 이하로 내려가는 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인데 그게 오래 걸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 미국보다 일본을 주목
일단 장기적으로 미국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고, 일본은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5년 달러환율도 우리나라 자력으론 내려가는게 힘들 것 같고,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은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한지 한 달만에 또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언급으로 엔화환율이 한번 치솟았는데요. 일본은 관련 시장반응과 경제적 상황을 살펴보고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해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겁니다.
문제는 미국입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맘대로 인하하기 어렵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엔캐리 트레이드 때문입니다. 아마도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미국은 예상보다 더 조심스럽게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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