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연준과 정치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른 요소들보다 연준의 통화정책과 정치권에서 결정되는 행정정책들이 그 무엇보다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연준이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가 레포와 역레포입니다. 레포와 역레포는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을 관리하는 핵심 도구로 중앙은행과 일반 은행 간의 단기 자금 거래에 사용되는데요. 레포와 역레포 상황을 잘 살피면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목차
레포와 역레포란?
☑️ 레포와 역레포 시장의 이해
레포는 금융기관이 국채 등 우량채권을 담보로 중앙은행에서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금융기관이 자본이 부족할 때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에 단기적으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위 그림은 레포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것입니다. 1️⃣금융기관은 환매조건부 채권, 일반 RP라는 걸 발행하고, 2️⃣이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면서 금융기관에게 현금을 지급하는데요. 3️⃣중앙은행은 1-2일 뒤에 매입했던 RP를 다시 금융기관에 팔면서 원금과 함께 약간의 이자를 받습니다. 돈을 공짜로 빌려줄 순 없으니까요.
역레포는 위 그림을 완전히 반대로 뒤집으면 됩니다. 1️⃣중앙은행이 환매조건부 채권(RP)를 발행하면, 2️⃣일반 금융기관에서 이를 매입하면서 현금을 지급하는데요. 3️⃣금융기관도 1-2일 뒤에 RP를 다시 되팔면서 원금과 약간의 이자를 받습니다.
☑️ 레포와 역레포의 응용
기본 개념을 이해하셨다면, 레포와 역레포를 아래와 같이 응용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레포와 역레포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펼치는데 사용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점을 먼저 참고하셔야 합니다.
- 레포금리 상승의 의미
-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시중에 너무 유동성이 많으니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낮은 금리로 돈을 많이 빌릴 수 있으면 대출이나 투자 등 여러 형태로 돈을 시중에 공급하게 되는데,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돈을 안 빌려주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죠.
- 일반적으로 레포금리가 상승하면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같이 상승합니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금리가 상승하니, 금융기관도 마진을 남기려면 시중 대출금리를 올려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대출규모가 축소되어서 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됩니다.
- 응용해보면,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일반적으로 레포금리가 상승합니다. 인플레이션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 즉 물건보다 돈이 흔하다는 얘기니까 중앙은행이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해서 인플레이션을 낮출 때 사용합니다.
- 레포금리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기본적인 도구가 기준금리이니,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레포금리도 상승합니다.
- 역레포금리 상승의 의미
- 반대로 역레포금리가 올라간다는 것도 중앙은행이 시중에 너무 돈이 많으니 금융기관의 돈을 흡수해서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역레포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라는 거의 국가와 동일한 등급의 높은 신용도를 가진 기관입니다. 이런 곳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겠다고 하는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을 해 주는 것보다 안전하게 중앙은행에게 돈을 빌려주고 돈을 버는 게 낫겠죠.
- 그러므로 레포금리가 상승하는 것과 역레포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동일한 목적의 통화정책의 일환입니다.
- 그래서 일반적으로 레포금리와 역레포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보입니다. 둘 다 동일한 통화정책을 펼치는 도구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위에서 대부분 내용에 '일반적'이라고 먼저 표현한 것은, 당연히 예외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이렇게 단순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레포금리와 역레포금리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렇게 동작한다는 걸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최근 통화정책 관련 뉴스 이해하기
☑️ 재무부가 유동성을 방출하면 역레포 잔고가 늘어난다?
최근 3개월 정도 역레포 금리와 관련되어서 위와 같은 2개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24년 11월 27일 기사: 연준은 역레포 잔고가 900억 달러를 하회하면서, 유동성 부족을 우려하여 역레포 금리 5bp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 2025년 3월 26일 기사: 부채한도 제약 속에 미국 재무부가 어쩔 수 없이 보유현금을 소진하면서 유동성을 방출하자 역레포 방향도 전환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사원문 링크)
기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최소한 아래 3가지 지표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옆에 추가해 두었습니다. 3가지 모두 미국 공식 fred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안전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준의 역레포 잔고 변화추이: https://fred.stlouisfed.org/series/RRPONTSYD
- 역레포금리 변화추이: https://fred.stlouisfed.org/series/RRPONTSYAWARD
- 미국 재무부 통장잔고 변화추이: https://fred.stlouisfed.org/series/WTREGEN
우선 1️⃣ 미국 연준의 역레포 잔고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최근 1년동안 감소하던 역레포 잔고가 2025년 3월 이후로 증가했습니다. 단위가 십억 달러니까 3월 26일 기준으로 2,400억 달러인데요. 3월 17일에 894억 달러였으니까 2배 넘게 증가한 셈입니다.
근데 그래프를 보면 3월 말, 6월 말, 9월 말, 12월 말에 역레포 잔고가 크게 증가했던 걸 보실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분기 말이나 월말에는 은행들이 단기 자금도 확보하고, 대자대조표 등 재무재표를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 역레포 거래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월말이 아닌 3월 중순에 이렇게 2배 넘게 역레포 잔고가 늘어나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최근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데요.
- 연준은 코로나 이후 갑자기 증가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5.5%까지 인상했었고, 동시에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양적긴축(QT)를 진행했습니다. (2022년 9월부터 매월 약 900억 달러 규모)
- 양적긴축이란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을 때, 이를 다시 사들이지 않고 그냥 두거나, 보유하고 있던 국채나 회사채를 시장에 직접 팔아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걸 말합니다.
- 연준의 양적긴축(QT)는 2024년 6월부터 기존 최대 월 900억 달러 규모 > 월 60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되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혔고,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시장반응이 나오면서 양적긴축 규모를 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 양적긴축은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고 단기 금리를 상승시켜 역레포 잔고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양적긴축으로 시중의 돈을 빨아들여서 시중에 돈이 귀해지면 단기 금리가 상승합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굳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서 낮은 역레포 이자를 받는 것보다 다른 금융기관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편이 수익률이 좋아져서 역레포 잔고는 감소합니다
그러니까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양적긴축을 하고 있었다. (=시중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 연준이 양적긴축을 하면서 역레포 잔고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었다. (왜냐면 단기금리가 올라서 금융기관들이 연준 역레포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단기 채권이나 다른 은행에 빌려주는 게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3월 중순부터 1-2주 사이에 역레포 잔고가 2배 이상 급증했다.
☑️ 실제로 재무부가 돈을 풀었는지 확인
그렇다면 어디선가 시장과 금융기관에 돈을 공급한 곳이 있다는 결론입니다. 일단 연준(중앙은행)은 아닙니다. 규모를 줄였지만 양적긴축을 계속 하고 있었고, 기준금리도 최근에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죠. 뉴스기사에서는 돈을 공급한 주체가 미국 재무부, 즉 정부가 돈을 풀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돈을 풀었는지 보려면, 미국 재무부 계좌(TGA)에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면 됩니다.
미국 재무부 계좌에 2025년 2월 12일에 약 8,300억 달러가 있었습니다. 대충 우리 돈으로 1,200조 원 정도인데요. 이게 2025년 3월 19일엔 4,36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이것도 어림잡으면 그냥 1달 사이에 600조 원을 썼다는 얘기입니다. 거의 우리나라 1년 예산을 한달만에 써버린 겁니다.
- 재무부는 각종 정책에 따른 보조금이나 투자 등으로 돈을 씁니다.
- 그럼 일반 민간이나 기업에게 돈이 흘러가고, 그건 다시 금융기관으로 들어가겠죠. 많은 현금을 그냥 들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 그러면 금융기관엔 돈이 많아지고, 금융기관은 대출이나 국채투자 등이 결정되기 전엔 역레포로 돈을 돌리게 될 겁니다.
그런데 미국 재무부는 왜 이렇게 갑자기 계좌를 털어서까지 돈을 썼을까요?
- 미국 정부는 돈을 쓰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승인 한도를 '부채 한도'라고 합니다.
-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가 꽉 차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의회에서 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해줘야 하는데, 이것도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조정은 거의 매년 발생하는 만성 이벤트입니다.)
- 정부가 돈을 더 빌려서 쓸 수 없으니, 세금 등을 받아두는 재무부 비상금 계좌를 털어서 쓰게 됐습니다.
- 이렇게 정부가 쓴 돈은 금융기관을 흘러가고, 다시 연준의 역레포 잔고로 일부 들어오게 됩니다.
☑️ 그래서 알 수 있는게 뭐지?
이 기사 하나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좀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역레포 잔고 추이를 보면, 연준이 아직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힘을 많이 쏟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이것은 앞으로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전망을 가능하게 합니다.
- 연준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높은 확률로 양적긴축을 먼저 중단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혔다는 신호가 먼저 나와야겠죠. 그러면 역레포 잔고 하락이 멈추거나 반등하는 신호가 나올 겁니다.
- 재무부 덕분에 시장에 돈이 확 풀렸는데도, 미국 주식시장은 같은 기간에 꼬라박았습니다. 이건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주식시장은 향후 경기침체와 트럼프의 관세정책 악영향을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주식시장이 한참 좋던 시기에는, 이렇게 돈이 풀리면 S&P500과 나스닥이 바로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레포/역레포 시장의 움직임은 경제흐름을 읽는데 꽤 중요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기본적인 개념은 잘 알아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마무리
다소 많은 주관적 해석을 섞어서 경제기사 하나를 해석해 보았는데요. 절대로 위 내용이 100% 맞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경제현상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결과도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아주 일반적인 이론들을 설명했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최근 주식시장은 매크로 경제를 어느 정도 알아야 투자를 잘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경제용어들을 잘 알아두는 것은 무조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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